어렸을 때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로 『핵 전쟁 후 최후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목이 정확이 맞는지 모르겠고, 내용도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읽을 당시 충격이 상당했는지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고, 한동안 책이 주는 감흥에 젖어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책은 핵 전쟁이 발발한 후 폐허가 된 절망적인 세상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한약 처방 안내서에 늘 연두색 한지를 고집하다가 지난번 하얀색으로 바꿔본 뒤로 다양한 색깔의 종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옅은 담홍색의 한지에 내용을 출력해봤는데, 역시 마음에 듭니다. 적당한 한약을 처방하여 약재를 취합해서 달이고, 상자에 담아 위와 같은 안내서를 편지 봉투에 넣어 포장할 때에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물론 한약이 받는 분에게 기대한 대로 효과를 나타낼 때가 곧 작품이 빛을 발할 때일 것입니다.
2019년의 시간도 쏜살같이 흘러서 어느덧 2월과 설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변함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1월은 새로운 만남과 소식들로 설렜던 한 달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예술가분을 푸른섬에서 뵙게 되어, '줌치'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한지를 한 겹 한 겹 겹치고 일련의 재가공 과정을 거치면 가죽처럼 질기고 딱딱한 재질의 옷감처럼 변하는데, 이것으로 갑옷이나 전통 의상 등을 제작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섬에서 유유자적하시며 작품 활동을 하시는 그 삶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작년에 푸른섬에서 치료를 받으셨던 분의 어머님이셔서 반가웠습니다.